Subject 한국의 턴어라운드 기업들이 주는 교훈
Date 2007.08.02
한국의 턴어라운드 기업들이 주는 교훈




많은 기업들은 전략상의 실수, 산업의 쇠퇴 등으로 위기를 겪곤 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상장 기업 중 2년 이상 적자를 기록한 이후 흑자로 전환해 최근 3년간 산업 평균 이상의 고성과를 달성한 11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턴어라운드(turnaround) 경영’의 비결을 살펴본다.

유가 급등, 원화 강세 등 어려운 외부 환경과 국내외 기업간의 극심한 경쟁, 내수 부진 등을 극복하지 못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실제로 금융업을 제외한 국내 전체 상장/등록 1,588개 기업 중 28.9%가 2006년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이들 기업 중 무려 61.9%가 2년 이상 연속 적자의 시련을 겪고 있다(<그림 1> 참조).

시련은 도약의 밑거름

하지만 시련이 꼭 기업에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체질을 강하게 하는 가장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위대한 문학가 바이런은 ‘시련이란 진리로 통하는 으뜸가는 길’이라고 까지 언급했다. 시련은 현상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핸드폰 기업 노키아도 1990년대 초반 큰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위치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1865년 제지 펄프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노키아는 고무와 케이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1960년대에는 통신 장비 사업, 1980년대에는 TV 등의 가전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이후 노키아는 핀란드 최대 최대 기업으로 발돋움 했지만 곧이어 혹독한 시련을 맞는다. 독일의 컴퓨터, TV 분야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제지 및 경공업 사업분야의 최대 수요처인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핀란드의 내수 불황까지 겹쳐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렸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은 노키아로 하여금 방만한 사업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현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무선통신기기 분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을 단행한 것이다(<그림 2> 참조).

모두가 시련을 극복하지는 못해

일반적으로 매출 및 이익의 급감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전사적 원가 절감과 자산 감축을 통한 운영 효율화 및 사업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 회생을 도모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노키아처럼 모든 기업이 시련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도약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수술이 필요한 곳이 아닌 엉뚱한 곳을 도려내어 더 큰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도 있다. 구조조정의 귀재인 앨 던랩이 경영하고 있었던 스콧 페이퍼(Scott Paper)는 단기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무분별한 구조조정의 결과 킴벌리(Kimberly)에 매각되고 말았다. AT&T의 구조조정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시련의 극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의 턴어라운드 성공 11개 기업 선정

국내 기업 중에도 노키아처럼 시련을 극복하고 고성과를 달성한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들 기업들이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도약을 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같은 한국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줄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도출하기 위해 KISLINE의 자료를 활용하여 금융업을 제외한 국내 상장 기업 1,588개 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먼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2년 이상의 영업 적자를 경험한 기업들을 분류했다. 1997년과 1998년의 경영성과는 IMF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분석에서 고려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 중 1992년 이후에 설립된 기업들을 제외하여 신생기업 효과도 제거하였다. 기업들이 설립 초기부터 흑자를 내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전체 분석 대상의 12.5%인 199개를 2년 이상 연속 적자 기업으로 분류해 냈다. 이들 기업 중 2004년 부터 2006년까지 흑자를 달성한 턴어라운드 기업은 49개 기업으로 24.6%에 불과했다.

턴어라운드의 질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49개 기업이 속한 산업 평균과 대상 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했다. 산업 세분류를 기준(SIC 산업코드 네 자리)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성과가 소속 산업의 연평균(2004~2006년) 매출증가율과 연평균 영업이익률 모두를 상회한 고성과 기업을 질적으로 우수한 턴어라운드 기업으로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기업 중 과거 실적의 착시가 의심되는 우회상장 기업들을 제외한 결과 11개의 턴어라운드(Turnaround) 성공 기업이 선정되었다.

<표>는 그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1999년에서 2003년 사이에 2년 이상의 연속 적자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최근 3년간 산업 평균 이상의 고성과를 달성한 11개 기업들의 성과다.

턴어라운드 성공 기업들이 주는 교훈

● 주저하지 않고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새로운 성장을 위한 사업 발굴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이를 실행하지 못한다. 심지어 주력 사업이 쇠퇴하는 상황에서도 신성장 사업으로의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로버트 버겔만(Robert Burgelman) 스탠포드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기업들은 대부분 잠재적 위협에만 신경을 쓰고 잠재적 기회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산업이 쇠퇴하는 시점에 새로운 동력을 잃고 쇠락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기업들은 주력사업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기회로 삼았고, 특히 이러한 의사 결정 및 실행이 매우 빨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솔LCD는 주력 사업인 모니터 사업의 경영 악화로 2001년과 200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PC 연관 산업의 쇠퇴를 감지한 한솔LCD는 2003년 사명을 한솔전자에서 한솔LCD로 변경하고, 신속히 TFT-LCD용 BLU(Back Light Unit)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평면 디스플레이 부품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한 결정이었다.

한솔LCD 경영진은 우선 저수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니터 생산 라인을 2002년 태국으로 이전하고, 기존 사업과 유사성이 높은 10개의 모니터용 중형 BLU라인 구축을 시작으로 2년 만에 노트북, TV용 라인 14개를 추가로 증설했다. 비록 LCD부품 사업에 기존의 경쟁자들이 많았지만, 경영진의 의지와 신속한 의사결정은 매출 비중 94%의 모니터 전문 기업을 불과 2년만에 BLU 매출 비중 58%의 LCD 부품 기업으로 변신시켰다(<그림 3> 참조).

핸드폰용 소형 BLU전문 기업인 이라이콤 역시 주력 사업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이다. 1984년 담배필터 회사에서 출발한 이라이콤은 1998년 매출 비중의 17% 수준에 불과한 핸드폰용 BLU사업을 2000년 69%까지 증가시켰으며, 2000년 7월 담배필터 사업 분야를 분할시키고 BLU 전문 업체로 전환했다.

● 잘 할 수 있는 것 하나에 집중했다

주력 사업을 전환한다 하더라도 부족한 역량으로 다양한 제품라인업을 가져가는 것은 기업 역량이 약화된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한두가지 제품에 집중하여 블록버스터로 만드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고 고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임을 사례 기업들은 보여준다.

2003년 이래 4년 만에 주가가 70배 상승한 현대미포조선이 대표적이다.

중국 등 후발 개도국 업체들이 저임금을 무기로 선박 수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함에 따라 창사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현대미포조선은 1996년 세계 1위의 선박 수리 분야를 과감히 포기하고 새 배를 만드는 건조 사업에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했다. 문제는 수리와 건조가 전혀 다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매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배를 수주한 것에서 발생했다. 엉뚱한 부품이 조립되고, 기술 부족으로 작업이 지연되기 일쑤였다. 2001~2002년에는 급기야 배를 제때 완성하지 못하는 납기지연 사태마저 빚어졌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현대미포조선은 과거 선박 수리 시절에 쌓은 선박 수요 트렌드 예측력과 선박 특장점 데이터를 통해 향후 높은 수요가 예상되고, 자신들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배로 PC선(석유 운반선)을 선정, 여기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러한 선종 단순화는 기존의 비교우위를 적극 활용하여 기술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발견한 설계 오류를 바로 잡는 피드백 타임이 기존 빅3 조선소도 일주일 이상 걸렸지만, 현대미포조선은 이를 단 하루로 단축시켰고 자재 공급 소요 시간도 도요타 수준으로 높였다. 결과적으로 수익성 개선의 효과는 PC선 물량이 급증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져 현대미포조선의 화려한 부활을 가져다 주었다(<그림 4> 참조).

● 기존 자원을 창조적으로 재조합했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기업들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 의지를 가지고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혁신 방안을 만들어 냈다. 경영학의 권위자로 칭송 받는 프라할라드 교수 (C.K. Prahalad)는 전략적 의지(Strategic Intent)가 경영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적 의지는 지금 상황에서 달성하기 힘든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이닉스의 사례를 보자. 장치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면서 15조 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자금난에 허덕이던 하이닉스에게 여유자금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손을 놓고 있다가는 문을 닫아야 하는 벼랑끝 상황에서 하이닉스는 놀라운 혁신을 이루어냈다. 기존의 역량을 재조합해 최소 투자로 최대효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반도체 생산 장비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기존 구형 장비를 개량하여 유사한 제품을 생산해 내는 효과를 만들어냈고, 전체 라인을 바꾸지 않고 창조적으로 공정을 재조립하는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급격히 향상시켰다.

실제로 2001~2003년간 하이닉스의 시설투자는 삼성전자의 13.7%, 마이크론, 인피니온에 비해 각각 50%, 33%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나노(10억분의 1m) 공정을 경쟁사의 1/3 규모 투자 금액으로 성공시켰다. 이러한 창조적 재조립의 역량은 2004년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12인치 라인으로 개조하는 성과까지 만들어 냈다.

●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위기’라는 단어에는 수동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위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심텍과 동일제지는 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경쟁 기업들이 투자를 포기하는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도약의 기회를 잡은 사례에 해당한다.

반도체 인쇄회로기판 전문 업체인 심텍은 2001년 이후 영업 적자의 늪에 빠지는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심텍은 어려울 때일수록 사업의 핵심인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R&D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다른 기업들이 긴축 경영으로 투자를 줄였던 2003년에는 고부가 제품인 비메모리 반도체용 회로기판인 서브스트레이트(Package Substrate)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심텍의 부채비율을 2000년 70%에서 2005년 220%로 높였지만 선투자로 인한 기술 선점 및 고부가 제품 매출 비중의 확대는 영업 현금흐름을 급속히 개선시켰다. 결과적으로 현금성 자산을 고려한 순부채 비율은 2005년 91% 수준으로 안정화되었다.

동일제지 역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대비 차별적인 R&D 투자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동일제지가 속한 골판지 제조업은 과점 체제로 수급 상황과 가동률에 따라 경영성과가 좌우되는 산업이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동일제지는 미래의 차별성은 원가 개선에 있음을 직시하고 불황에도 꾸준하게 일정액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로 만들어낸 것이 100% 국내산 고지로 표면지를 만들 수 있는 공정 기술이다. 이 기술은 동일제지가 산업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 고통 분담형 CEO가 있었다

위기를 극복하는 실행의 주체는 의욕에 찬 내부 직원들이다. 따라서 기업이 위기 상황일수록 직원들과 턴어라운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공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원시스템즈의 서두칠 대표가 그렇다. 구조조정의 전도사라고 불리어지는 그는 1997년 부채비율 1,114%의 한국전기초자를 불과 3년 만에 순이익률 24%, 부채비율 35%의 기업으로 탈바꿈 시켰고, 뒤이어 연간 적자규모가 820억 원이었던 동원시스템즈에 부임하여 3년 만에 부채를 청산하고 연간 200억 원의 경상이익을 창출하였다.

이러한 성공은 최고 경영자가 고통 분담을 통해 조직내 턴어라운드 의지를 높이는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동원시스템즈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이익이 날 때까지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실제로 1년 반동안 월급을 받지 않았고, 스톡옵션마저 포기했다. 이에 임원들은 30%의 연봉 자진 삭감으로 동참했고, 직원들은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월급을 동결시키는 것으로 호응했다. 2004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영향력 있는 글로벌 경영자 25인’에 선정했다. 대부분의 최고 경영자들이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함께 가자’고 하는 그의 리더십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되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행력

턴어라운드 전략은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도약을 꿈꾸는 기업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회생 기업들이 주는 교훈은 모든 기업들이 알고 있는 선택과 집중을 남들보다 더 빨리, 철저하게, 그리고 조직원 전체가 일치단결하여 함께 실행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전략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철저한 실행력만이 결실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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