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ject Finance>>I B 시대는 열리는데 금융전문가가 없다
Date 2007.07.13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통과로 금융산업 빅뱅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미국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IB)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투자은행의 첨병 역할을 할 금융 전문가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어서 투자은행 변신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투자은행 부문 인력은 7월 초 현재 1230명으로 미국 골드만삭스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미국 3대 IB 중 하나인 메릴린치에 비해서도 1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올 들어 증권사들이 자통법 시행에 대비,외부 스카우트나 내부 선발 등을 통해 IB인력을 대폭 확충한 게 그 정도다. 특히 IB의 핵심 분야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자기자본 투자(PI) 등을 전담하는 인력이 부족하다. 첨단 금융상품을 설계할 인력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자통법이 2009년께 출범하면 금융상품에도 포괄주의가 도입돼 사실상 증권사가 못파는 상품이 없어질 정도로 금융상품이 다양해진다며 증권사들이 이에 대비해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개발 전문가가 국내에는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는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신규 사업 쪽에 진출하려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구하지 못해 포기한 사례도 있다. 최근 장외파생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상품 구조를 설계하는 전문가는 대부분 외국계에 포진해 있고,국내 증권사는 외국계가 만든 ELS 상품을 단순히 가져다 파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B 인력 확보전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쉽지 않다.

특히 상당수 증권사들이 외국계로부터 쓸만한 인재를 스카우트하려 하지만 턱없이 높은 비용 부담으로 포기하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자체 IB 인력 양성에도 나서 보지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에는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는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다. 금융인력 양성을 책임져야 할 정부도 두손을 놓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금융은 결국 사람 장사라며 금융 전문가 육성 없이는 정부가 꿈꾸는 아시아 금융 허브는 물론 세계적인 투자금융사 출현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30명 달라붙는 M&A 국내선 5명


국내 D증권사는 연초 올해 신규 사업으로 신용파생과 이자율연계파생 등 신종 파생금융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짰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새롭게 떠오를 분야로 이미 미국 뉴욕 월가 등에서는 보편화된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이 증권사는 반년이 넘도록 아직 상품 설계조차 못 하고 있다. 이 분야를 아는 내부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했지만 국내 증권사에선 원하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계에 수소문해봤지만 턱없이 높은 연봉을 요구한 까닭에 이마저도 포기했다.

H증권사는 시장이 급속히 커가고 있는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전문 인력을 찾다가 업계에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학계에서 금융공학 전공자를 두 명 뽑았다. 하지만 이들은 업계 네트워크가 없는 데다 실전 경험도 전무해 채용한 지 4개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



◆IB 핵심인 M&A를 5명이 추진?

인수·합병(M&A) 자문은 투자은행의 핵심 분야다. 대규모 M&A의 경우 매수자나 매도자 측 주간사를 맡을 경우 많게는 수백억원의 수입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선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해 통째로 인수에 나서기도 한다.

단순 수수료를 받는 기업공개(IPO) 주선 등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국내 10대 증권사 중 한 곳인 모증권사는 M&A팀 인력이 불과 5명이다. 그것도 관련 분야 경력이 평균 3년도 안 된다. 국내에서 M&A 거래를 많이 하는 모건스탠리의 경우 한번 M&A 매물이 나오면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베테랑급 전문가까지 동원돼 보통 30여명이 달라붙는다.

올 들어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자기자본투자(PI)도 마찬가지다. 돈 되는 분야에 자기자본을 직접 투입해 '하이 리턴(고수익)'을 노리는 PI도 투자은행들의 주력 사업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PI 분야 인력이 전체의 3분의 1인 8000여명에 달한다. 아시아 지역 PI 담당자만도 최소 500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10대 증권사 PI팀 인력은 50여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들 PI 인력은 대부분 초보자다.

◆오히려 빠져나가는 인재

외부 인재를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증권사에 오랫동안 몸담은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모증권사의 경우 과거 M&A팀장을 맡으며 굵직한 거래를 여러건 따냈던 베테랑 J씨가 얼마 전 모인터넷기업 금융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증권사의 경우 2년 전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신입사원을 뽑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설계쪽 전문가로 키워놨더니 올초 외국계로 이직해버렸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붙잡으려 했으나 스카우트해간 외국계 증권사에선 직급을 무려 세 단계나 높인 부장급 대우를 해주는 조건이어서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뭔가

평가나 보상체계 미비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은행 사업을 제대로 끌고갈 수 있는 내부 역량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충식 SK증권 IB본부장은 월급이야 많이 벌면 많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리스크가 큰 IB사업을 뒷받침해줄 만한 시스템이나 투자마인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자체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K증권사의 경우 IB쪽 사업을 진행하려면 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줄 아는 리서치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애널리스트 몇 명을 교차 발령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투자금융가 양성이 아니더라도 투자은행 분야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인력 수급 파악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향후 자통법이 시행될 경우 투자은행 분야 필요인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기초조사도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인력 양성시스템 부재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인 D사의 매각작업이 무르익던 2004년 말. 당시 모건스탠리 한국지점은 1조원 이상에 달하는 D사의 매각건을 따내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국지점에 있던 M&A(인수합병)팀 외에 홍콩에서 10여명이 급파돼 공동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대부분 M&A 경력 10년 이상인 베테랑급들로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며칠밤을 새가며 일사천리로 M&A 전략을 완성한 후 D사에 제안서를 제출했고,결국 주간업무를 따냈다. 모건스탠리 한국지점이 이 거래로 받은 수입은 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처럼 활황장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가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돈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당시 M&A 딜에 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국내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국내 증권사 임원의 몇년 연봉과 맞먹는 돈을 단 한 번에 인센티브로 받아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의 빈약한 인력관리

미국 MBA(경영학석사) 졸업생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직장은 바로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IB(투자은행)다. 금융 인재가 IB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정규 연봉 외에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갖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주식인센티브플랜(SIP)에 따라 모두 36억6900만달러어치(약 3조4000억원)의 주식을 개인별 성과에 따라 직원들한테 나눠줬다. 1인당 평균 1억3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인력 관리 시스템도 국내 증권사와 비할 바가 아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MBA 졸업생을 뽑으면 단계별로 치밀하게 경력관리를 해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로 클 수 있도록 해준다고 밝혔다. 가령 외국계 IB의 경우 처음 입사하면 애널리스트로 최소 7년을 근무하게 한 후 실력이 보이면 어소시에이츠로 승진시켜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여기서 성과를 나타내면 매니저→바이스 프레지던트→매니징 디렉터 등의 단계로 승진시켜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한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는 글로벌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 엄청난 성과 보수가 뒤따른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들은 보수체계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 증권사 IB본부 직원은 IB팀 소속이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정작 제대로 인센티브 제도를 갖춘 증권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력 관리도 주먹구구식이다. 신입사원 때부터 체계적으로 경력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전무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6월 자본시장통합법을 마련하면서 '금융전문인력 양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금융허브로 재도약하기 위해 향후 필요한 금융 전문가 육성 방안과 일정을 담은 일종의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진행돼있는 것은 없다. 금융인력 양성을 전담할 '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를 설립하긴 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심지어 작년 말까지 만들기로 했던 '금융인력 수급전망 보고서'조차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금융전문대학원도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의 경우 그나마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지만 내년 초 배출해 낼 첫 졸업생이 고작 100명도 안된다.

이에 반해 금융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화교경제권에 금융전문가를 독점 공급하기 위한 '금융허브 전략'을 짜놓고 우수한 인재에 대해선 정부가 특별관리하고 있다. 1974년 정부 지원으로 설립된 싱가포르금융연구원(IBF)의 경우 무려 4000개 교육과정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배출해낸 전문인력이 18만여명에 달한다.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없기는 민간 쪽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들의 경우 MBA 과정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으나 전공 분야가 대부분 마케팅이나 경영전략에 치우쳐 있어 금융분야의 특화된 인력 배출에는 한계가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사내 연수과정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도 도제식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인력확보전쟁

해외 인재 몸값 최소 年3억~4억

H증권사는 최근 구조화금융(스트럭처드 파이낸스) 분야 전문가 서너명을 구하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 직원을 대상으로 스카우트에 나섰다.

하지만 대상자들이 요구하는 연봉 수준을 듣고 포기했다.

이 증권사 인사 담당자는 외국계 서치펌(헤드헌팅사)을 통해 수소문해 봤더니 홍콩에 근무하는 인력 가운데 뽑고 싶은 적임자가 상당수 있었으나 연봉 수준이 최소 3억∼4억원이었다며 일부는 근무지를 한국으로 옮기는데 따른 리스크 비용과 자녀 교육비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카우트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데다 설사 뽑더라도 국내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중도에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변신을 서두르기 위해 뒤늦게 전문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해외 가릴것 없이 인력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인재 확보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해외 인력 모시기 경쟁

삼성증권은 지난 5월 미국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들과 유명 MBA(경영학석사) 대학 등을 돌며 현지 인력 채용에 나섰다. 올해 PI(자기자본투자) 등 IB사업에 대대적으로 나서기로 한 만큼 이번 리크루팅에는 배호원 사장까지 직접 나서 글로벌급 우수인재 확보에 전력을 쏟았다. 삼성은 하반기에 한 차례 더 해외로 나갈 예정이다.
현대증권도 해외 MBA 출신자를 채용하기 위해 6월 한 달 동안 런던과 뉴욕 등을 방문했다. 김지완 사장도 참석,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대증권은 14명을 채용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고급 인력들은 처우 수준도 문제지만 국내 증권사가 자신들의 경력을 제대로 관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며 이 때문에 실제 스카우트 해와도 1년을 못 버티고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썼다. 파생상품 분야에서 ABN암로 등 외국계와 제휴하면서 시스템 개발이나 상품 설계를 담당하는 외국계 인력의 월급을 우리투자증권에서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외국계의 앞선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간 '빼오기' 경쟁

굿모닝신한증권은 PI팀을 보강하기 위해 최근 대우증권에서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기업심사 분야 전문가로 10년 이상 활약한 손승균 부장을 부서장으로 발탁했다.

NH투자증권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굿모닝신한증권 IB본부장을 지낸 정재호 상무를 부동산금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대신증권은 우리CS자산운용 유승덕 상무를 파생금융본부장으로,메리츠증권 IB본부장을 지낸 김현겸 전무를 IB영업본부장으로 각각 스카우트했다.

증권사 이외의 전혀 다른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 부동산펀드나 자원펀드처럼 금융과 실물 간 결합 사례가 확대되면서 실물 쪽 경험자들의 스카우트 사례가 적지 않다. 대우증권은 PI팀에 M&A 전문가와 PEF(사모투자전문회사)전문 회계사,부동산 투자 전문가,AI(대안투자)펀드 운용자,미국 로펌 근무 경력이 있는 회계 전문가,중동과 아프리카 등 해외투자 업무 유경험자 등을 다수 채용했다.

◆내부 인재를 키우자

증권사들의 내부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부 기관 위탁교육이 대부분이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전문가 양성엔 미흡한 실정이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서의 경쟁력을 키워가려면 외부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내부 인재가 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리스크 부담이 핵심인 IB사업을 벌이면서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경영자의 마인드가 있는 한 제대로 된 인재가 자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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